# 사유/영화 && 드라마

[드라마] DP 시즌2 후기: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내가 뭐하고 싶은지

건희의 사유 2023. 8. 3. 14:42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내가 뭐 하고 싶은지
누구는 죽도록 하고 싶은거 하다가 죽기도 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
난 뭐하고 싶은지

 

드라마 DP 시즌2를 봤다. 

시즌 1은 군인 시절 생활관에서 누워서 봤는데, 시즌 2는 전역한 지 2년이나 지난 민간인으로 본다. 

시간 참 빠르다. 

 

DP 이번 시즌 정말 슬프게 보았다. 모든 에피소드를 울면서 봤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안타까운 사연들과는 달리

사실 난 군복무 시절 정말 행복했다. 

 

새벽에 당직을 서면서 멍하니 생각했다. 

'아마 난 이 순간을 정말 행복했던 나날들로 기억할거 같아..' 

 

운이 좋게도 나는 좋은 부대에 배치 받아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근무했다. 

마음이 선한 용사들과 배려 깊은 간부님들과 함께 즐겁게 일했다.

 

또 전자전 운용병이라는 나름? 전문성이 있는 특기를 받고

사회에서는 겪어보지 못할 신기한 일들을 했다.

(물론 중간에 법학과 라는 이유로 인사계원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힘든 날도 있었고 힘든 사람도 분명 많았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군복무 했다.

 


 

함께하는 좋은 이들이 있어서 더욱 웃을 수 있었다.

 

항상 나의 선택과 결정을 지지해 주었던 나의 동기 지성이,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 대한 지성이의 믿음이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 

 

늦은 밤 생활관에서

더 좋은 세상을 함께 고민하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던 석범이, 

군대에서 깊은 사유를 함께하고 내가 더 큰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

 

선임이지만 나의 군대 베프 기랑이

기랑이와 몰래 빈 생활관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ㅋㅋ

나의 즐거운 군생활에 많은 추억을 함께 그렸다. 

 

비록 짧은 시간 함께 했지만 그 누구보다 내 삶의 큰 영향을 끼쳐준 규환이.

규환이는 언제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그의 멋진 모습은 나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나의 부사수 진우 

일 잘하고 항상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중대의 힘이 되어주었고

 

그리고 귀여운 송운이

기타를 잘 치고 나랑 같이 위병소 근무 자주 가서 나의 뻘소리를 들어주던 고마운 친구

 

나를 많이 좋아해주었던 분대 막내 정욱이

정욱이가 내게 준 편지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종욱이, 윤수.. 다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전우들 

 


한호열이 니나의 죽음을 생각하며 버스에서 던지는 독백 장면은 

이번 DP 시즌2에서 가장 내 마음을 후비었다.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내가 뭐 하고 싶은지
누구는 죽도록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죽기도 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
난 뭐 하고 싶은지

 

전역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전역만 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전역하기 1주일 전에 당직을 서면서 만들었던 버킷리스트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 

국회인턴 해보기, 춤 배우기, 연애하기 등등 많은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근데 정작 전역하고 사회인이 된 지 어언 2년째, 

아직 나는 이룬 게 없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뭐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전역한 후, 우리 사회에는 개발자 붐이 일었다.

개발자가 되면 초봉 6000을 받는다는 말이 연일 인터넷 뉴스에 올라왔다. 

 

나도 부자가 되고 싶어서 일반 법학에서 SW융합법학으로 전공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나의 적성은 공학과 거리가 멀었다. 

 

전과 초기의 내 미래에 대한 당찬 자신감은 간데없고 이젠 방황하고 있다. 

 

나는 뭘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잘 모르겠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통령이요!! "라고 말하던

이상과 신념으로 가득 찬 어렸던 나는 이제 없다. 

 

그 꿈 많던 나는 어디 가고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소시민만 남아있다. 

 

조금 슬프다. 

 

한호열의 대사가 더 슬프게 들린다. 마치 나를 보는 느낌이라.

 

'# 사유 > 영화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에이 아이  (0) 202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