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기 때문에

행복의 조건에 관해여

💭 상상해보십쇼, 사후세계는 실존하고 그 곳에는 영원한 행복이 있음을…

 

종교는 천국과 지옥을 나누어 사후세계를 정의합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종교관에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신자들에게 현세에서 신의 뜻에 따라 선하게 산 자는 내세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과연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요?

 

만약에 천국이 진짜 존재했을 때 천국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상상해보겠습니다. 이들의 삶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일단 천국의 조건을 가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왜 천국에 가고싶어 할까요?

먼저, 물질적인 억압에서 해방되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현실을 사는 우리는 모두 금전적 문제, 주거의 문제..등등 속된 말로 ‘먹고 사는 문제’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즉, 천국에 가고 싶다는 것은 물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입니다.

천국의 첫번째 조건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국은 물질적으로 무한한 풍요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즉, 물질적으로 불만족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천국에 가고 싶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죽음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원한 소멸을 두려워합니다. 이는 생존욕구라는 지극히 당연한 본능에서 기인한 두려움입니다. 상상하는 능력을 가진 호모사피엔스는 이 두려움을 내세관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때문에 종교인들은 죽음 이후에도 끝이 아니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천국의 두번째 조건은 ‘영원함’입니다.

 

천국의 조건들이 나왔습니다. 천국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영원한 삶을 사는 곳입니다. 이제 천국에서의 삶을 상상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습니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싶으면 아이패드를 가지면 됩니다. 집을 갖고 싶으면 대저택을 하루만에 건설할 수도 있습니다. 한우 오마카세를 먹고 싶으면 그냥 먹으면 됩니다. 하루종일 집에서 놀아도 되고 사람들과 어울려 친교를 누릴 수도 있겠네요. 이 무한의 풍요를 영원히 즐기면 됩니다. 정말 영원히…

 

말로만 들으면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근데 **‘영원’**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주세요. 백년 혹은 천년정도는 즐겁게 살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영원은 백년, 천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수십억년,수백억년…수천 억년… 영원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합니다. 영원이 산다는 것은 그냥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단지, 그냥 인간이 아닙니다. 영원이 산다는 것은 우주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우주 그 자체가 된 우리 존재가 ‘행복’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까요?

 

행복은 불행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배고픔’이라는 불행의 상태에서 우리는 밥을 먹으면 행복합니다. ‘가난함’이라는 불행의 상태에서 우리는 돈이 많아지면 행복합니다. 불행이 존재하기 때문에 행복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끝이 있기 때문에 현재가 특별해 지는 것입니다. 끝이 없으면 오늘도 내일도 모두 같은 날입니다.

 

하지만, 천국에는 불행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끝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풍요롭고 영원한 삶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불행이 발 딛을 틈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행복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혹시 또 모릅니다. 천국은 실존할 수도 있겠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천국의 유무에 대해서 인간인 저로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천국이 실재한다고 할지라도 그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적어도 행복을 위한 정답이 천국은 아닙니다.

 

현실은 유한하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에, 삶에는 죽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인생은 더 값진 것입니다. ‘죽음’…우리의 삶에 끝이 있음을 인식할 때 우리는 오늘 하루를 더 값지게 보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입니다. 오늘 떠오르는 태양은 우리 인생에 단 한번 밖에 없는 태양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끝을 인식할 때 진정으로 값진 오늘을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