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의식의 흐름

공감을 시작하며

건희의 사유 2023. 8. 20. 17:44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 중인 요즘, 다음학기부터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에서 법제 분석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본 글은 공감 법제 분석 자원활동가 38기의 자기소개서로 작성한 글입니다.


-공감을 시작하며-

 

                             

                                               단국대학교

                                               SW융합학부 SW융합법학 전공 19학번

                                               건희

 

 안녕하십니까. 공감을 함께 시작하는 동료 여러분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지만 공감 법제분석 활동가 38기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며,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을 가득 안고 있습니다.

  

 19년도에 조미연 변호사님과의 작은 인연으로 공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진로 탐색에 관한 필수교양 과제로 직업인을 인터뷰해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한창 사립 유치원 공금 횡령 파동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때마침 조미연 변호사님께서 해당 사건을 담당하시며 언론에 목소리를 내시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 모습과 열정에 반하여 무작정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뷰를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어린 저희의 MZ스러운 제안에도 변호사님께서는 기분 나빠하지 않으시고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자기소개를 어떻게 써야 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깜빡이는 커서창을 멍하니 바라보며 글을 썼다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자기소개"라는 키워드에 집착하지 않고 저의 부족한 생각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10대와 20대 초반까지는 사회의 평등이 정의라고 믿으며 진보운동을 꿈꾸었습니다. 대물림되는 부로 고착화 되는 계층사회를 비판하였고, 갈등론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얕은 지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철없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도 결국 호모사피엔스라는 동물입니다. 따라서 자연법칙에 의해 인간의 본성은 이타성보단 이기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이념의 대결에서 자본주의가 승리한 점을 볼 때 그러하고, 개인의 이기적인 욕구가 결국 기술과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모습도 이기적인 인간 본성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제가 평등적 정의관을 가지고 사회 진보를 꿈꾸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이타적이고 선하기 때문에 약자를 돕고 가난을 타파하자고 주장한 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가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약자에 대한 선의는 강자에 대한 적의입니다. 일례로, 복지 정책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기득권의 부를 뺏어서 재분배하자는 주장이기에 이기적 본능의 연장선입니다. 약자를 위한 주장은 이 사회에서 기득권이 아닌 나를 위한 주장입니다. 즉, 사회 운동조차 자신의 성공과 생존을 위한 이기적 행위일 뿐입니다.

 

 방금 저의 말을 들으시고 어쩌면 조금 거부감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연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대"는 적선이 아닙니다. 약자와 함께 싸울 때 우리가 "연대"하는 이유는 그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한쪽의 일방적 도움이 아닌, 우리가 그들을 돕고 그들이 우리를 돕는 게 연대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보편적 인권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도 언젠가 장애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싸워야 합니다. 누구든 가난의 어려움을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튼튼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나의 친애하는 동료가 소수자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향한 차별과 싸워야 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연인, 어머니, 동료가 차별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그들이고 그들이 나이기 때문에, 나의 안녕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게 제가 공감과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저는 인권운동을 업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성공에 대한 갈증과 계층이동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이 있습니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을 항상 꿈꿉니다. 그렇기에 신념을 위해 세상 속에 자신을 헌신한 공감 공동체원들을 존경합니다.

 

 이번 학기는 제가 대학생으로 보내는 마지막 학기입니다. 한때, 대학생의 사회참여는 청년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사회인이 되기 전에, 공감을 통해 사회와 연대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세상과 공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