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의식의 흐름

노동자의 날

건희의 사유 2024. 5. 2. 00:46

오늘은 노동자의 날입니다. 저는 오늘 알바를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늦은 밤,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제 몸을 내맡깁니다. 소리도 없이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문득 제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고작 일주일에 두세 번 출근하는 파트타임에도 이토록 권태감을 느끼는데, 나중에 주 5일은 어떻게 일하지..?"
"그렇게 일해서 결국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냥 이렇게 일만 하다가 사라지는 게 인생인 걸까?"

내려야 할 정류장을 이미 지나친지도 모른 체, 답도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를 괴롭혔습니다.

이런 생각과 고민들, 아마 저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SNS 속 밝은 포장지로 싸여있는 사람들도 모두, 자신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의 갑갑함을 느끼리라 감히 생각합니다.

몇 달 전, 미국에서 "Rich Men North of Richmond(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라는 노래가 혜성처럼 나타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
나는 하루 종일 일하며 내 영혼을 팔고 있네..
쥐꼬리만한 돈을 위해 야근을 하고,
결국 여기 앉아서 내 삶을 낭비하고 있지
...
"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노랫말에 대중들은 공감하고 눈물 지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분명 우리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비약적인 노동임금 상승을 얻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7년에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이제 9860원입니다. 한때,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기치로 세웠던 노동계의 목표가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이 좀처럼 더 나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년 간 유래없는 자산 가치의 폭등을 겪었습니다. 노동임금의 상승을 비웃듯, 부동산의 가치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갔고 이제는 서민들이 노동임금만으로는 깨끗한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유튜브와 인스타에 판을 치는 성공팔이들,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는 자기개발서들은 한 목소리로 자기사업에 도전하지 않은 수많은 노동자를 패배자라고 손가락질 합니다.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우리 노동자들을 한순간에 패배자로 만드는 오늘의 현실.
이 잔인한 세상이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노동과 자산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정말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빈부격차는 심해지면 심해졌지 절대 줄어들지는 않을 것 입니다.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성 상 인플레이션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집안, 부모의 재력, 부의 대물림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은 없는 것일까요?
스스로 노력한 자가 성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낭만 뿐인 허울일까요?

이젠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세상은 진보하는게 맞는 것인지. 저를 이끌던 신념도 희망도 많이 흔들리는 요즘입니다.

이 글의 결론은 없습니다. 그냥 오늘 조금 제가 사는 현실이 답답해서 글을 써봤습니다. 조금 지친 마음에 쓰는 넉두리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꿈과 현실의 괴리'
'욕망과 실재의 간극'

생각이 많아지는 노동절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고마운 분이 있을까요?
오늘 하루도 성실히 자신의 위치에서 소명을 다하셨을 당신께 참 감사합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